지난 6월, 메타가 데이터 라벨링 전문 기업 스케일AI(Scale AI) 에 143억 달러(약 19조 원)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며 AI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 관계를 넘어, 스케일AI의 CEO인 알렉산더 왕을 영입해 메타의 AI 연구를 총괄하게 하는 파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이로써 메타는 AI 분야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와 '인재'를 동시에 확보하며 오픈AI, 구글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달 만에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여러 문제에 부딪히며 불안한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균열, 뼛속까지 다른 조직 문화와 목표
메타와 스케일AI의 파트너십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조직 문화의 충돌입니다. 스케일AI는 민첩하고 기동성 있는 스타트업인 반면, 메타는 복잡한 내부 구조와 관료주의가 자리 잡은 거대 기업입니다. 알렉산더 왕과 함께 메타로 합류한 스케일AI의 핵심 임원 루벤 메이어가 불과 두 달 만에 퇴사한 것은 이러한 문화적 이질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메이어는 개인적인 사유라고 밝혔지만, 거대 조직의 복잡한 절차와 기존 팀과의 역할 조정 등 여러 난관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메타가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들을 조직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는 실패했음을 시사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데이터의 질과 파트너십 재편
이번 사태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의 품질 문제입니다. 메타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지만, 자사의 최정예 AI 연구 조직인 TBD 랩스(TBD Labs) 는 스케일AI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품질에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스케일AI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저렴한 인력을 활용한 단순 데이터 라벨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최신 AI 모델들은 의사, 과학자, 법률 전문가 등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가 생성하고 검증한 고품질 데이터를 필요로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메타는 스케일AI 외에 경쟁사인 머커(Mercor) 와 서지(Surge) 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메타가 특정 파트너에게만 의존하는 위험을 피하고, 여러 공급업체를 통해 최고 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분석됩니다. 이로써 스케일AI와의 파트너십은 메타의 유일한 데이터 공급원이 아닌,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그 위상이 낮아졌습니다.
스케일AI의 딜레마: 메타에 '올인'하다 고객을 잃다
메타와의 협력은 스케일AI에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습니다. 메타의 투자 발표 직후, 스케일AI의 주요 고객이었던 오픈AI와 구글이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이는 AI 시장의 경쟁 구도 속에서 핵심 고객들이 잠재적 경쟁사의 파트너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주요 고객을 잃은 스케일AI는 결국 데이터 라벨링 부문 직원 200명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사업 모델의 변화를 모색해야 했습니다. 메타라는 거대 고객을 얻는 대가로 다른 핵심 고객을 잃고 사업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입니다.
하드웨어 투자와 인재 관리의 이분법
이번 사태는 AI 경쟁에서 하드웨어(자본 및 인프라) 투자와 소프트웨어(데이터 및 인재) 관리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줍니다. 메타는 이미 수백억 달러를 들여 초대형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는 등 하드웨어 인프라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서 작동할 고품질의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고, 외부 인재를 성공적으로 융화시키는 조직 문화를 만드는 데는 아직 미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오픈AI와 구글을 따라잡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고 있지만, 무작정 돈을 쏟아붓는 방식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AI 연구원 리샤브 아가왈을 비롯해 최근 메타를 떠난 인재들의 행보는 이 문제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메타의 AI 조직은 현재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제 메타의 리더십은 자본 투자를 넘어, 내부 조직을 안정시키고 유능한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메타의 야심 찬 AI 프로젝트는 거액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인재 유출과 전략적 혼란 속에서 표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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