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시스코 AI 서밋(Cisco AI Summit)에서 인텔의 립부 탄(Lip-Bu Tan) CEO는 인텔이 그동안 주력해 온 CPU를 넘어,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핵심 사업(CPU)에 집중하겠다"던 립부 탄 CEO의 행보와는 상반된 결정으로 보이지만, AI 인프라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인텔의 전략 수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1. GPU 전쟁을 위한 '드림팀' 구성
인텔은 이번 GPU 사업을 위해 반도체 설계 업계의 거물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열을 가다듬었습니다.
- 에릭 데머스(Eric Demers) 영입: 퀄컴(Qualcomm)에서 13년 이상 근무하며 아드레노(Adreno) GPU 아키텍처를 총괄했던 베테랑 엔지니어입니다. 과거 ATI와 AMD에서 라데온(Radeon) 시리즈 탄생에 기여했던 그는 이제 인텔의 GPU 설계를 이끄는 수석 아키텍트 역할을 맡게 됩니다.
- 케보크 케치치안(Kevork Kechichian) 총괄: 암(Arm) 출신의 데이터센터 전문가로, 현재 인텔의 데이터센터 그룹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 GPU 프로젝트는 그의 지휘 아래 데이터센터 사업부 내로 통합되어 운영될 예정입니다.
- 조직 개편: 기존의 AI 가속기 팀이 데이터센터 그룹으로 복귀하면서, 제온(Xeon) CPU와 새로운 GPU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풀스택' 전략을 취하게 됩니다.
2. 왜 지금 GPU인가? (립부 탄 CEO의 분석)
립부 탄 CEO는 지상 데이터 센터의 전력 및 메모리 한계를 지적하며 인텔의 새로운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 메모리 부족 경고: "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은 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이 막대한 양의 메모리를 소모함에 따라 시장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고객 맞춤형 전략: 인텔은 엔비디아처럼 범용 GPU를 대량 양산하기보다는, 고객사(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의 특정 요구 사항에 맞춘 맞춤형 데이터센터 GPU 개발에 우선 집중할 계획입니다.
- 파운드리와의 연계: 인텔의 최첨단 14A(1.4나노급) 공정을 활용해 직접 칩을 생산함으로써, 설계부터 제조까지 수직 계열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3. 시장의 반응과 향후 과제
인텔의 이번 발표에 대해 시장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보내고 있습니다.
- 엔비디아와의 협력과 경쟁: 흥미롭게도 인텔은 엔비디아의 NVLink 기술을 통합한 맞춤형 제온 CPU를 공동 개발하는 등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엔비디아의 핵심 먹거리인 GPU 시장을 침범하는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 소프트웨어 생태계: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것이 '쿠다(CUDA)'에 대적할 소프트웨어 생태계입니다. 인텔은 원API(oneAPI)와 시클(SYCL)을 통해 개발자들을 포섭해야 하는 거대한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 크레센트 레이크(Crescent Lake): 인텔은 올해 중 새로운 데이터센터용 GPU인 '크레센트 레이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는 가성비를 중시한 추론용 GPU 시장을 먼저 겨냥할 것으로 보입니다.
4. 인텔의 2026년 라인업 요약
- 노바 레이크(Nova Lake): 2026년 말 출시 예정인 차세대 데스크톱 프로세서로, 인텔 18A 공정이 적용됩니다.
- 팬서 레이크(Panther Lake): 모바일용 AI 성능을 극대화한 시리즈로 올해 본격 공급됩니다.
- 자체 GPU: 에릭 데머스 주도로 설계될 차세대 데이터센터 GPU는 2027년 이후 본격적인 성과가 나타날 전망입니다.
"인텔은 더 이상 '엔비디아의 부품 공급사'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칩 설계 거물 에릭 데머스의 합류는 인텔이 지난 20년간 실패했던 GPU 시장에서 드디어 제대로 된 한 방을 준비했음을 의미합니다."
관련기사: https://techcrunch.com/2026/02/03/intel-will-start-making-gpus-a-market-dominated-by-nvidia/
